금기가 된 이 '풀', 실제로 얼마나 나쁠까?

금기가 된 이 '풀', 실제로 얼마나 나쁠까?

금기가 된 이 '풀', 실제로 얼마나 나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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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기자] ▲  <풀> 스틸 ⓒ 미디어나무㈜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 하는 관객들 앞에 화면 정중앙 해설자막이 오른다. 대화체 문장이 연달아 이어진다. '풀'이라 지칭하는 존재를 향한 애처로운 위로와건강보험
사과가 연달아 등장한다. 미리 작품정보를 확인하지 않고 영화를 기다리던 이들이라면 지금 대체 누구를 지칭하는지 혼란스러울 법하다. 잠시 후, 서서히 그 '풀'의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인간이 탄생하기 까마득한 이전부터 진화의 결과로 세계에 퍼져나가 알아서 잘 살던, 인류의 삶에 오랫동안 유용한 도움을 줬던 이롭고 고마운 존재였다고 한임직원
다. 하지만 채 100년도 지나지 않은 20세기 초중반 들어 갑자기 마녀사냥에 표적이 된 양 악마화되며 배제된 가련한 신세의 그 '풀'은 바로 '대마초'였다. 다큐멘터리 <풀>은 바로 그렇게 저주받은 이름이 된 '대마초'를 마치 변호사라도 된 것처럼, 세간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오명이 얼마나 억울한 누명인지, 수천 년 동안 인간에게 도움을신용불량자예금담보대출
주며 어딜 가나 흔하게 볼 수 있던 1년생 풀이 왜 '악마화' 됐는지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듯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1라운드: 금기를 넘어선 숨은 이웃들 대출1000만원
▲  <풀> 스틸 ⓒ 미디어나무㈜ 시작은 손에 닿기만 해도 위험할 것 같은 존재인 대마초생애최초주택구입 자격
를 예찬하는 이들의 등장이다. 전직 의사는 오랜 시간 자신이 갈고 닦은 현대의학에서 '마약'으로 배제당한 대마초가 사실은 억울한 누명을 썼다며 열정적으로 진술한다. 그는 주변의 아픈 이를 돕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몰래 갖고 있던 대마초를 나눠줬다가 감옥 신세도 졌다. 실제로 대마초를 사용한 사람에겐 별다른 부작용이 없었고, 금전적 대가를 취한 것도 아닌데신용조회서
, 결국 그는 거듭된 재판에서 패소해 실형을 살아야 했다.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접경지역에서 한 농부가 농사에 한창이다. 그런데 그가 재배하는 건 바로 대마초다. 어안이 벙벙한 제작진에게 그는 행정당국의 특별한 허가증을 안심이라도 시키듯 제시한다. 실제로 대마초는 오랜 세월 삼베를 공급하는 중요한 특용작물이었다. '삼베부동산담보대출금리비교
'가 바로 대마초의 줄기를 가공한 옷감인 것이다. 아편의 원료인 양귀비와 마찬가지로 대마초 역시 꽃의 특정 부위만이 '마약' 원료가 된다. 이 농부는 대마초의 나머지 부분을 이용하는 실험을 이어간다. 게다가 대마초는 탄소 포집 등 환경문제 해법으로도 가능성을 가졌다고 전한다. 대안적인 의료를 추구하는 이들, 우울증에 시달리던 이들이 잇달아알프스스피드론
화면에 등장해 자신에게 대마초가 미친 긍정적 영향에 대해 조심스럽게 증언을 이어간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자신들은 도움을 받으면 받았지 세상에서 금기로 삼은 명분 같은 위험한 상황에 직면한 적이 없다며 항변한다. 심지어 자신이 입양한 유기견이 원래 갖고 있던 불안장애와 피부병도 완쾌했다며 말이다. 듣고 있자면 지금껏 우리가 알고 있던 sk 통신비
건 뭐지? 당혹감이 밀려들고 현타가 오지 않을 도리가 없다. 2라운드: 마녀사냥의 정치·사회적 배경을 찾아서 대한고등학교
▲  <풀> 스틸 ⓒ 미디어나무㈜ 평범한 이들에겐 '충격과 공포'의 시간이 지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20세기 대마초 잔혹사가 해설될 차례다. 당황스러운 도입부에 반신반의하고 있을 관객에게 개인의 체험을 넘어 논증을 제공해야 할 중요한 분기점이기도 하다. 속세와는 담 쌓고 온통 우주에 정신을 맡겨두고 있을 것 같은 천체과학자가 등장한다. 외모부터 딱 도인 같다. 그는 자신이 유학 시절 겪었던 대마초와의 첫 만남을 술회한다. 대마초가 합법화된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커피 샵'이란 별칭으로 여기저기 있던 대마초 전문 취급점에 처음 발을 들이던 순간, 뭐가 뭔지 몰라 헤매다 나이 지긋한 할머니 고객에게 친절한 안내를 받아 신세계(?!)에 입문하던 기억을 되새기던 그는, 한국에선 왜 대마초가 이런 취급을 받는지 역사적 맥락을 고찰해 들려준다. 고작 마약 원료 식물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의 입을 빌려 나오는 이야기는 한국 현대 역사의 블랙홀로 빨려드는 기분이다.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그 정중앙에 놓인 존재는 결국 '박정희'란 이름 세 글자다. 어쩌면 분단 이후 북쪽은 '김일성 민족', 남쪽은 '박정희'의 유산인 '자본주의 민족'으로 분화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런데 이야길 듣고 있자니 단순히 국내 사정만이 아니라, 세계적 음모 차원에 가깝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한국에서 대마초가 마약으로 규정된 건 1970년대 중반이다. 즉, 그전까진 시골에선 촌부들이 고단한 일과를 마치고 곰방대에 담배 대신 대마초를 재어 피우는 게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던 풍경이란 의미다. 시골에선 그렇게 할아버지 할머니 가릴 것도 없이 어렵던 시절 옷감 만들던 풀의 부산물 요긴하게 써먹었고, 도회지에선 해외 유행을 발 빠르게 접했던 문화예술가들이 1960년대 세계를 들썩이던 히피 문화의 필수 구성요소인 대마초에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탁월한 각성 효과에 창작활동 영감을 고취한다는 이유로 빠른 시일에 널리 확산하던 그 시절 '힙스터' 문화 코드인 셈이다. 하지만 이미 1937년부터 명목상 금지약물로 규정하던 미국 내에서 청년들의 히피 문화가 주축이 된 청년 세대의 저항과 부딪힌 당시 보수 정권은 대항 이데올로기로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청교도적 대항 사회운동을 일으킨다. 그런 미국의 영향은 긴밀한 관계를 맺던 박정희 정권에 그대로 직도입된다. 송창식이나 신중현 등 당대 청년문화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정부에 고분고분하지 않던 문화인들이 표적으로 걸려든다. 대대적 탄압과 병행된 검열은 한국의 문화예술을 몇 세대 후퇴시켰다. 그래서 과학자는 정치적 신조와 별개로 박정희를 독재자로 여기는 반항심을 갖게 되었다고 회고한다. 3라운드: 나는 왜 '풀'의 편에서 손해를 감수하는가? ▲  <풀> 스틸 ⓒ 미디어나무㈜ 갑자기 근현대 세계사 맥락으로 껑충 뛰어오른 '풀'의 파란만장함은 계속된다. 이번엔 중견 힙합 음악가가 등판해 대마초가 본인 인생에 가져다준 긍정적 효과 vs. 수용할 수 없는 불법화 관련 체험담을 들려준다. 이 음악인은 우리가 이른바 '국힙'이라 불리는 한국 힙합 장르 종사자에 대한 선입견에 대한 소회와 함께, 대마초 관련 문화를 어떻게 접하게 되었는지 과정에 대해서도 풀어낸다. 한국에서 문화예술가들이 히피 문화와 함께 접한 게 1세대라면, 검열이 완화되고 해외 문물 수입이 실시간 진행되면서 겪게 된 대중문화 관련 체험이 2세대가 되는 계보학으로도 이어진다. 대개 문화예술인이 대마초 등 약물 문제로 미디어에 오르내리면 흔한 패턴, 자숙과 반성을 거쳐 다시는 손대지 않겠다는 다짐은 그에겐 해당하지 않는다. 자신의 취약한 정서 상태와 분노조절장애를 고백하던 당사자는 자신의 음악적 우상이던 아티스트의 대마초 예찬 곡을 듣고 직접 경험해 보기로 정했다고 한다. 그 결과 (본인 주장대로라면)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마약으로 금지해야 한다는데, 오히려 나는 대마초 덕분에 어려움을 극복 잘만 했다고, 남에게 피해도 안 주고 행복을 찾았는데 이게 왜 문제냐 당당하게 주장하는 그의 얼굴엔 한 점 그늘도 없어 보인다. 심지어 이 가수는 대마초 합법화 입장을 가진 이들에게 암구호처럼 통하는 숫자를 제목으로 한 노래와 뮤직비디오도 선보인 바 있다. 여기에서 다시 전문가들의 대안적 연구결과, 학계에선 아직 소수설이거나 이단 취급을 받지만, 그저 간과할 순 없는 다양한 사례가 줄줄이 이어진다. 이렇게 자기 명예를 걸고 '확신범'으로 '풀'을 긍정하는 이들을 두루 접하니 이젠 뭐가 맞고 틀린 건지 혼미해진다. '풀'에게 자유를 허하라 ▲  <풀> 스틸 ⓒ 미디어나무㈜ 하지만 엄연히 대마초 합법화 논쟁은 '소수의견'에 그친다. 영화에 등장해 인터뷰를 진행한 이 상당수가 전과 후로 실정법 규제에 법정과 감옥 신세를 진다. 어떤 이는 지금도 영어의 몸이, 어떤 이는 지쳐 한국을 떠나기도 한다. '마약과의 전쟁'이 더는 먼 외국 문제, 할리우드 영화 단골 소재로만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에서 피부로 와 닿는 재앙이 된 실정에서 대마초 비범죄화/합법화는 요원하게만 다가온다. 물론 대마초 관련 논쟁은 일단 결정이 이뤄질 경우, 그 효과가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원래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심사숙고가 필요한 문제다.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도 숱하게 볼 수 있듯, 반대 여론 역시 근거와 사례를 차고 넘치도록 갖춘 상태다. 대마초만 왜 유독 합법화가 되어야 하는지, 대마초와 유사한 중독성 약한 천연 재료도 전부 허용되어야 하는지 논점은 방대하기만 하다. 영화에선 약물로서의 대마초를 긍정하고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활동하는 개인과 단체의 활동은 물론, 전통적으로 '삼'이라 불리며 유용한 작물로 활용하던 전통 복원론자, 남북간 긴장 완화를 위한 평화운동 입장에서 조성에 많은 품과 시간이 소요되는 식림의 대안으로 대마초를 남북한 공히 활용하자는 의견, 심지어 소멸 위기에 직면한 농촌 산업 활성화라는 경제적 요건에 주목한 동향까지 폭넓게 소개된다. 그러다 보니 미리 쟁점에 관해 입장을 갖지 못한 관객은 한꺼번에 쏟아지는 정보량 때문에 다소 정리에 시간이 걸릴 수 있겠다. 물론 <풀>은 어떤 시사쟁점에 관해 결론을 내려는 작업과는 거리가 멀다. 일방적으로 정부에 의해, 거창하게는 '체제'의 입장에서 배제시킨 대마초에 최소한의 변론 기회를 제시한 것에 가깝다고 보면 볼 테다. 어떤 주장은 과도한 논리 비약으로, 혹은 정치적 의도로 대마초의 가능성만 과대평가한 것으로 보일 구석도 엿보인다. 하지만 지금껏 우리가 경험해 왔던, 한국 사회의 과도한 중앙집권적 편향과 주입식 이데올로기에 대한 '막대 구부리기'로서 <풀>은 '용감한 영화'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갈 준비를 마치고 관객을 기다리는 중이다. 자극적인 표현이나 이미지가 등장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극장 개봉작 중 드물게 이 다큐멘터리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판정으로 개봉예정이다. 우리에겐 이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던 국가의 통제가 그림자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언뜻 과장으로 보이던 대마초 금지의 진짜 의도란 주장, 시민을 자원으로 보고 통제하던 체제 속성을 곱씹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작품정보> 풀 Pull 2024|한국|다큐멘터리 2025.06.18. 개봉|89분|청소년관람불가 감독 이수정 출연 권용현, 천호균, 보리, 이명현, 강병석, 빌스택스, 김도 배급 미디어나무㈜ 제작·공동배급 생의 한가운데 ▲  <풀> 포스터 ⓒ 미디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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